벼르고 벼르던 첼로 유튜브 채널을 드디어 개설했습니다.
초등학교 3학년 때 첼로를 처음 잡았고 숱한 방황을 했었고, 좋으면서도 미웠던 애증의 시간들을 거쳐 결국 내게 달린 전공자라는 타이틀... 하지만 딱히 연주자의 삶을 살지도, 그 흔한 레스너의 삶도 못 산채 시간이 이리도 많이 흘렀네요. 아무리 다른 일에 매진하고 성과를 내어도 어릴적 꿈꿨던 '나만의 창작물', '나만의 음악'이라는 영역이 해결되지 않으니 마음 한켠이 늘 시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.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. 내게 지워진 '전공자'라는 타이틀이 마치 왕관의 무게처럼 느껴졌거든요. 누군가가 '전공자라면서...'라고 판단할까봐, 내가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까봐 두려워 시도조차 못했던 나의 단단한 껍질을 깨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걸렸어요.
줄탁동시啐啄同時
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어미 닭이 밖에서 살짝 살짝 쪼아주어야 한다고 합니다. 나도 그랬습니다. 혼자 단단한 껍질 깨고 나오기가 버거웠지요. 제가 그 껍질을 깨고 나오는데는 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분들이 어미 닭 역할을 해주셨습니다. 어느 날 '첼로 찬양'을 검색하니 나온 첼로피아님. 우선 첼로를 잡은 엄마 옆에 쪼로록 앉은 귀여운 세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.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영상은 많이 봤지만 엄마 첼리스트는 처음봤거든요. 그 영상을 보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도 참 좋구나... 하고 느꼈구요.
그렇지만 저에게는 녹음 장비도, 촬영 장비도 마땅한게 없습니다. 그래서 어떻게 음악 유튜버를 시작할 수 있을까 여러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. 그 중에 첼로 유튜버 중 요즘 단연 돋보이는 첼로댁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. 첼로댁님도 집에서 찍은 첫 영상은 아이폰으로 녹음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. (심지어 현재 제가 쓰는 것과 같은 기종!) 그리고 영상 말미에 일단 시작해보라고, 첫 영상 올리고 피드백 받고 또 다시 보완하다보면 어느 지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어요. 그래서 휴일에 일단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봤죠.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어요. 그런데 4 cello 편곡 과정과 녹음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. 게다가 녹음은 그렇다치고 아이폰으로 찍은 첼로 연주 영상은 참담한 수준인거죠.
어떻게 조각조각, 진행은 하고 있는데 이걸 올려도 되나... 또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어요.
마지막으로 결정타는 제가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알게 된 새벽달님이었어요. 우연히 새벽달님 블로그를 들렀다가 그 날 올리신 글이 정말 힘이 되었거든요.
뭔가를 시작하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미완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. 완벽함은 나아갈 방향인것이지 지금 당장 해내야 하는 과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. 음정이 틀리고 음향적으로도 부족하고 여러가지로 촌스러워도 그게 나니까... 그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성장하니까 그렇게 나를 내놓기로 한거죠.
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는데요.
맞아요. 저 유튜브 시작했어요. 그리고 이 곳은 제가 유튜브를 하면서 기록하는 기록저장소가 될 거에요.
https://www.youtube.com/channel/UCzKN6sHk4o_8DWM8EGjaqlQ/about
첼리시모_life in cellisimo
삶은 음악처럼, 음악은 삶처럼. 첼로로 소통하는 첼리시모입니다.
www.youtube.com
감사한 마음을 첼로피아님께도 전했어요.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. 꼭 같이 콜라보 하려고요. ㅎ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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